서강대 남문 근처, 신수동 쪽 경의선 숲길을 걷다 보면 밤에 유독 눈길이 가는 건물이 있다. 모서리와 층 사이를 따라 노란 조명이 촘촘하게 둘러져 있다. 주변이 어두워질수록 윤곽이 또렷해져서, 길 건너에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늘 지나는 곳인데도 밤에는 한 번 더 보게 된다. 검게 가라앉은 하늘과 숲길의 나무 사이로 저 건물만 환하게 떠 있는 듯하다.

내게 이곳은 아직도 ‘목욕탕이 있던 자리’다. 예전 목욕탕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말끔한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다. 지금 모습을 보면 옛 용도를 짐작하기 어렵지만, 나는 여기를 볼 때마다 목욕탕 자리였다는 사실부터 떠올린다.
이제 1층에는 상가들이 들어서 있고 위쪽은 거의 학원이다. 가까이에서 올려다보면 외벽 조명 사이로 수학, 영어 같은 과목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는 화려한 불빛이 먼저 보이더니, 다가가서는 층마다 붙은 간판을 읽게 된다.

근처에 숭문고와 광성고가 있어서 이 일대는 대흥역 학원가를 함께 이루고 있다. 한 건물에만 학원이 모여 있는 것도 아니다.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면 다른 학원 간판과 설명회 안내가 이어진다.
준과학학원 건물에는 벽면을 길게 차지한 설명회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학년별로 나뉜 일정과 그 옆의 스터디카페 간판까지 보고 있으면, 이 동네에 학원이 얼마나 촘촘하게 자리 잡았는지 실감이 난다. 산책하러 나온 길에서 입시 일정표를 마주치는 풍경도 이곳에서는 낯설지 않다.

경의선 숲길 바로 옆이라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걷다가 늘 보게 되는 풍경이다. 여기서 조금만 걸으면 서강대 정문도 나온다. 대학과 고등학교, 학원들이 산책길 가까이에 모여 있다.
목욕탕이 사라진 자리에 이제는 여러 학원의 이름이 붙었다. 달라진 모습에 익숙해졌어도 예전 자리에 대한 기억은 남아 있다. 밤마다 환해지는 외벽을 보면서도, 내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그 목욕탕 있던 곳’이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