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대운동장이다. 밝고 짙은 초록색이 번갈아 이어지는 인조잔디가 깔끔하다. 구장에서는 사람들이 축구를 하고 있고, 그 너머로는 익숙한 건물들이 보인다.
이곳을 보니 공대 수업을 마치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도서관으로 올라가던 기억부터 난다. 내게는 꽤 자주 지나던 길이었다.

K관과 인문관을 오갈 때도 이쪽으로 건너가면 빨랐다. 건물 이름을 하나씩 떠올리다 보니 그 사이를 어떻게 다녔는지도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수업을 듣는 곳은 달라도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구간은 겹쳤다.
당시에는 그저 가까워서 택한 길이었을 텐데, 지금은 그 동선이 학교를 기억하는 방식이 됐다. 어디에서 수업을 마쳤고, 어느 쪽으로 건너가야 했는지. 잔디밭을 바라보면서 자꾸 옛날의 이동 경로를 짚어 보게 된다.

운동장 반대편에는 엠마오관이 보이고, 그 아래로 동아리방들이 길게 이어진다. 도서관에 가던 일을 떠올리다가도 저쪽을 보면 동아리방에서 놀았던 추억으로 생각이 옮겨간다.
같은 자리에 서서 바라보는데 공부하러 다니던 길과 놀던 장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학교에서 보낸 시간이 수업만으로 채워져 있지는 않았다는 걸 이 풍경이 새삼 일깨워 준다. 동아리방도 내 대학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었다.

대운동장 옆 농구장에도 사람들이 있다. 나뭇잎이 드리운 그늘 아래에서 바라보니 가까운 골대의 지지대와 저편의 골대가 나란히 시야에 들어온다. 초록색 펜스로 둘러싸인 코트는 축구장과 또 다른 분위기다.

하늘에는 구름이 넓게 깔려 있다. 운동장 모서리에서 보면 흰 경계선과 붉은 트랙이 휘어지고, 시선이 닿는 방향에 따라 나무 뒤의 교내 건물과 멀리 있는 아파트까지 함께 보인다.
예전에는 목적지를 향해 가로질러 다니느라 이런 구도까지 눈여겨봤을까. 가까운 길로 기억하던 곳을 사진으로 다시 보니, 구장 둘레의 풍경도 눈에 들어온다.


깔끔한 인조잔디도 좋지만, 오래 눈길이 가는 건 결국 건너편이다. 공대 수업을 끝내고 도서관으로 올라가던 길, K관과 인문관 사이를 오가던 발걸음, 동아리방에서 놀던 시간까지 차례로 떠오른다.
서강대 대운동장을 보러 왔다가, 그곳을 가로질러 다니던 내 대학 시절을 한참 들여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