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둘레

서강대 본관, 서강의 학풍을 닮은 단아한 건물

서강대 본관을 둘러보며 독특한 창과 단정한 외관에 눈길을 주었다. 정문과 청년광장을 내려다보는 자리, 게페르트 신부의 동상 앞에서 떠올린 서강의 단단하고 겸손한 인상.

gosupress 약 3분 분량
서강대 본관의 격자형 외벽 앞에 게페르트 신부의 동상이 서 있고 주변으로 나무와 풀이 우거져 있다

이 글의 요점

  • — 서강대 본관은 언덕 위에서 정문과 청년광장을 내려다보는 단아한 건물이다.
  • — 창 앞에 깊게 돌출된 구조는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건물의 표정을 바꾼다.
  • — 내게 본관의 단단하고 겸손한 모습은 서강의 학풍과 닮아 있다.

서강대 캠퍼스의 중심에는 본관이 있다. 언덕 위에서 정문과 청년광장을 내려다보는 건물이다. 내게는 ‘본관’이라는 이름의 무게보다 아담하고 단아한 인상이 먼저 다가온다.

입구 쪽에서 보면 그 느낌이 더 분명하다. 옆으로 길게 이어지는 창과 낮게 뻗은 지붕, 출입구 위의 흰 차양이 단정하다. 앞에 자리 잡은 소나무까지 어우러져, 학교의 중심 건물인데도 가까이 다가가는 데 부담이 없다.

휘어진 진입로 끝에 서강대 본관 출입구가 있고 흰 차양과 소나무가 입구를 감싸고 있다

정면에서는 나무가 건물의 아랫부분을 꽤 많이 가린다. 둥글게 자란 소나무 두 그루 사이로 출입문이 보이고, 그 위로 반듯한 창들이 이어진다. 건물을 남김없이 드러내 보이려 하지 않는 이 풍경이 나는 좋다. 본관도 정원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다.

본관 정면의 긴 창과 흰 차양 아래로 소나무 두 그루와 바위로 꾸민 화단이 보인다

이 건물에서 특히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창이다. 정확히 말하면 창 앞에 깊게 돌출된 세로 벽과 가로 판이다. 옆에서 바라볼 때는 그 사이에 창이 숨어 있어, 유리창보다 밝은 벽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본관을 옆에서 올려다본 모습으로 창 앞의 깊은 세로 벽과 가로 판, 오른쪽으로 돌출된 흰 구조물이 보인다

내가 알고 있는 이 창의 설계는 꽤 흥미롭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 쪽에서는 실내가 쉽게 들여다보이지 않고, 안에서는 청년광장 방향으로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바깥의 시선은 덜어내면서 안쪽의 전망은 확보한 셈이다.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외벽을 보면 반복되는 칸들이 다르게 읽힌다. 단지 모양을 내기 위한 장식으로 보이지 않는다.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과 밖을 지나는 사람 사이의 거리를 생각한 부분이라서 더 마음에 든다.

아래에서 비스듬히 바라본 본관 외벽에 깊이가 있는 사각 격자가 반복되고 그 아래로 관목과 바위가 놓여 있다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지면 창이 드러나는 정도도 달라진다. 한쪽에서는 막힌 면이 두드러지다가, 앞쪽에서는 그 뒤의 창과 층별 구성이 또렷해진다. 같은 외벽인데도 꽤 다른 표정이다. 본관을 여러 각도에서 보게 되는 이유가 이 창에 있다.

그 앞에는 서강 설립에 힘쓴 게페르트 신부의 동상이 서 있다.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른 손은 손바닥을 위로 향해 내민 모습이다. 둥근 안경과 긴 외투의 주름도 눈에 들어온다.

둥근 안경을 쓰고 긴 외투를 입은 게페르트 신부의 동상이 한 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다

가까이에서는 인물의 표정이 보이지만, 조금 떨어져 보면 본관과 정원이 함께 들어온다. 반듯한 격자 앞에 동상이 서 있고, 발치에는 풀과 나무가 무성하다. 단정하게 다듬은 관목 옆으로 길게 자란 풀들이 섞여 있는 모습도 편안하다.

격자형 외벽이 펼쳐진 본관 앞 정원 한가운데 게페르트 신부의 동상이 서 있다

본관이 언덕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옆길에서 더 실감 난다. 입구에서는 낮고 길게 보이던 건물이 아래쪽 도로에서는 층층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도 위압적이라는 느낌은 크지 않다. 석축 위로 자란 나무들이 벽면을 감싸고 있어서인지, 건물의 높이보다 초록빛이 먼저 다가온다.

노란색과 흰색 과속방지턱 너머로 석축과 울창한 나무가 있고 그 위로 본관 측면이 보인다

길 건너에서 바라보면 주변 건물들과의 관계도 눈에 들어온다. 회색 외벽의 이웃 건물 옆에서도 본관의 밝은 벽과 규칙적인 선은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색을 강하게 쓰거나 요란하게 꾸미지 않았는데도 자기 모습이 분명하다.

굽은 도로 건너편에 본관의 밝은 외벽과 격자 구조가 보이고 오른쪽에는 회색 건물이 서 있다

나는 이 본관이 서강의 학풍과 많이 닮았다고 느낀다. 단단하고 알차고, 그러면서도 겸손한 모습이다. 언덕 위 좋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높이를 내세우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창 하나에도 나름의 생각이 담겨 있다.

학교에 대한 내 애정이 건물에 겹쳐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본관을 두고 떠오르는 말은 늘 비슷하다. 화려하다는 말보다 단아하다는 말, 웅장하다는 말보다 단단하다는 말이 잘 어울린다.

본관의 세로 격자와 흰 돌출부 아래로 나무와 울타리가 이어지고 한 사람이 앞쪽 보도를 걷고 있다

정문과 청년광장을 내려다보는 이 건물을 나는 그런 모습으로 기억한다. 서강을 떠올릴 때 잘 어울리는, 크기를 뽐내지 않아도 충분히 중심이 되는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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