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캠퍼스의 중심에는 본관이 있다. 언덕 위에서 정문과 청년광장을 내려다보는 건물이다. 내게는 ‘본관’이라는 이름의 무게보다 아담하고 단아한 인상이 먼저 다가온다.
입구 쪽에서 보면 그 느낌이 더 분명하다. 옆으로 길게 이어지는 창과 낮게 뻗은 지붕, 출입구 위의 흰 차양이 단정하다. 앞에 자리 잡은 소나무까지 어우러져, 학교의 중심 건물인데도 가까이 다가가는 데 부담이 없다.

정면에서는 나무가 건물의 아랫부분을 꽤 많이 가린다. 둥글게 자란 소나무 두 그루 사이로 출입문이 보이고, 그 위로 반듯한 창들이 이어진다. 건물을 남김없이 드러내 보이려 하지 않는 이 풍경이 나는 좋다. 본관도 정원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 건물에서 특히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창이다. 정확히 말하면 창 앞에 깊게 돌출된 세로 벽과 가로 판이다. 옆에서 바라볼 때는 그 사이에 창이 숨어 있어, 유리창보다 밝은 벽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내가 알고 있는 이 창의 설계는 꽤 흥미롭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 쪽에서는 실내가 쉽게 들여다보이지 않고, 안에서는 청년광장 방향으로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바깥의 시선은 덜어내면서 안쪽의 전망은 확보한 셈이다.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외벽을 보면 반복되는 칸들이 다르게 읽힌다. 단지 모양을 내기 위한 장식으로 보이지 않는다.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과 밖을 지나는 사람 사이의 거리를 생각한 부분이라서 더 마음에 든다.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지면 창이 드러나는 정도도 달라진다. 한쪽에서는 막힌 면이 두드러지다가, 앞쪽에서는 그 뒤의 창과 층별 구성이 또렷해진다. 같은 외벽인데도 꽤 다른 표정이다. 본관을 여러 각도에서 보게 되는 이유가 이 창에 있다.
그 앞에는 서강 설립에 힘쓴 게페르트 신부의 동상이 서 있다.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른 손은 손바닥을 위로 향해 내민 모습이다. 둥근 안경과 긴 외투의 주름도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에서는 인물의 표정이 보이지만, 조금 떨어져 보면 본관과 정원이 함께 들어온다. 반듯한 격자 앞에 동상이 서 있고, 발치에는 풀과 나무가 무성하다. 단정하게 다듬은 관목 옆으로 길게 자란 풀들이 섞여 있는 모습도 편안하다.

본관이 언덕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옆길에서 더 실감 난다. 입구에서는 낮고 길게 보이던 건물이 아래쪽 도로에서는 층층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도 위압적이라는 느낌은 크지 않다. 석축 위로 자란 나무들이 벽면을 감싸고 있어서인지, 건물의 높이보다 초록빛이 먼저 다가온다.

길 건너에서 바라보면 주변 건물들과의 관계도 눈에 들어온다. 회색 외벽의 이웃 건물 옆에서도 본관의 밝은 벽과 규칙적인 선은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색을 강하게 쓰거나 요란하게 꾸미지 않았는데도 자기 모습이 분명하다.

나는 이 본관이 서강의 학풍과 많이 닮았다고 느낀다. 단단하고 알차고, 그러면서도 겸손한 모습이다. 언덕 위 좋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높이를 내세우지 않고,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창 하나에도 나름의 생각이 담겨 있다.
학교에 대한 내 애정이 건물에 겹쳐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본관을 두고 떠오르는 말은 늘 비슷하다. 화려하다는 말보다 단아하다는 말, 웅장하다는 말보다 단단하다는 말이 잘 어울린다.

정문과 청년광장을 내려다보는 이 건물을 나는 그런 모습으로 기억한다. 서강을 떠올릴 때 잘 어울리는, 크기를 뽐내지 않아도 충분히 중심이 되는 건물이다.
